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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태 개인전] 길을 잃다
2019. 11. 5 (Tue) - 11. 17 (Sun)
안원태

명륜동대나무23 130.5x162.5cm OMR카드에 아크릴, 먹 2019
STATEMENT

좁은 틈새로 볕 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 화분은 이리갔다 저리갔다.
누군가는 무심하게 카드놀이를 하고 누군가는 무심하게 바늘을 움직이겠지.
누군가는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 박애의 틀 밖으로 나가보려 하고 있고 또 누군가는 치지 않은 지나간 시험지를 붙잡고 확인하고 있겠지.
바람 부는 명륜동에는 대나무가 사는가?
첫 번째 대나무
두 번째 대나무
세 번째 대나무

처음 집으로 배달되어온 그림을 화분에 심어 보았다. 화분 속에는 2층 높이의 바람이 담겨 있었다.
파란 냄새가 묵향과 섞여 있고 내가 좋아하는 풍경에 맞추어 작은 아이가 노래한다.
과학관이 있고 젤리가게가 있는 곳에서 항상 그곳에서 만나던 물고기 공룡과 함께 바람이 되어 나부낀다.
그해 마당에는 바람이 푸르게 푸르게 흔들리고 있고 우리는 모두 그곳에서 대나무가 되었다.

좋아하는 사탕이 무엇이냐 물으니 숨쉬기 힘든 겨울밤 미세먼지를 쫒아내는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사흘이 되던 날들 속에 마당을 쓸며 마당을 쓴다.
푸른 하늘은 먼지에 가렸고 떨어진 잎새는 칼날이 되어 내 앞에 서 있다.

영혼이 박제되어 반복되는 시간 속에 갇혔다.
날카로운 창끝은 허약해진 등 뒤를 겨누며 달려들고 벗어나기 힘든 순수와 경멸사이에서 가야할 길을 찾고 있으나, 세 조각으로 쪼개진 심장은 언제나 그러하듯 푸른빛으로 나부낀다.
더 이상 먹을 갈지 않는다.
먹빛의 하늘에 먹빛의 푸르름, 둥글게 말려가는 잎새는 갈증 때문만은 아닌 듯.
둥근 바퀴의 익숙해짐에 놀라 가뿐 물을 마셔도 나는 적셔지지 않는다.
오랜 벗이 OMR카드를 보내왔다 .
어린 날 잠 못 이루던 떨림이 박스 안에 담겨서 고스란히 찢겨져 재조립된다.
그렇게 푸른 날의 시간을 다시 맞추어 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라고 할지 생각을 바람에 날린다.

안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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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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